2학기는 정말 바쁘게 지나간 학기였다. PS나 개인 프로젝트 코딩할 시간도 안 났다 (물론 푼 문제는 몇 개 있다). 교양들 다 처리하랴 전공과목들 시험대비하랴 열심히 굴러다녔다. 다행히 전공은 쉬운 과목들 위주로 신청해서 사람같은 학점은 나왔다. 이게 위안을 삼을 일인지...
알고리즘을 들었다. 알고리즘이라고 하면 시간복잡도 낮추는 도구인 줄만 알던 상황에서 컴과에서는 알고리즘을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서 신청했는데, 교수님 취향인지 계산 복잡도 이론 얘기들이 주로 다루어져서 즐거운 당황을 했다. 박성빈 교수님 샤라웃! 그 외에는 다 아는 얘기만 나와서 재미없었다. 출석도 안 부르시는 날이 잦길래 수업도 잘 안 갔다. 다른 과목은 이렇게 공부하면 안 될 텐데... 자성하자.
미분방정식도 같이 들었는데, 미방이라는 개념을 갖고 deep하게 들어간다기보다 그걸 푸는 방법론들을 몇 가지 배우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integrating factor, reduction of order, exact ODE 풀기, laplace transform... 사실 종강한 지 몇 달이 지난 시점에서 배운 것들을 다 기억하냐고 물으면 자신 없지만, 풀이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운 이상 미방을 다룰 일이 생기면 구글 검색을 때려서 풀 수 있게 된 것이니 얻어가는 게 꽤 있었다고 생각하자. 사실 선형대수를 배운 후에 linearity의 개념을 가진 상태에서 수업을 들었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좀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기초통계를 들었다. 고등학교에서 확률과 통계를 배우지 못하고 졸업했던 탓에 따로 공부를 할 필요가 있었고, 그게 이 과목에서 (통계 부분은) 충분히 채워진 느낌이다. '가설을 수립하고 분포에 따라 그것을 기각/채택하는 과정이 어떻게 굴러가는가?' 를 배웠으니 만족. 확률 부분은 확률론입문을 들어야겠다.
1학년 1학기 17학점 듣던 마음으로 놀면서 공부했더니 시험 기간때 고3 모드를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 평시에 배우고 복습하는 습관이 잡혀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다시는 21학점 하지 말아야겠다' 하고서는 배운 게 없는지 또 2학년 1학기에 21학점을 박아넣었는데, 전공 6개인 이번 학기에야말로 공부를 생활화하지 않으면 과욕의 말로를 체험하게 되지 않을까...
2학년 1학기에는 이산, 해석, 선형대수, 편미방, 인공지능 수학, 확률론과 철학 교양 하나를 듣게 되었다. 이제야 내가 수학과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이산이야 편한 마음으로 들으면 될 거고, 해석학은 겨울방학 동안에 스터디를 열어서 공부했으니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들으면 될 것이다. 선대도 본 적 있으니 다시 훑고, 편미방은 미방 공부한 것처럼 하면 되고.
걱정되는 것은 인공지능 수학인데, 2학년 강의인 인공지능의 수학적 '기초'인 줄 알고 들었더니 4학년 강의인 인공지능의 수학적 '기법'이었다. syllabus부터 대놓고 어렵다는 느낌을 확 주는데, 남은 방학동안 이를 악물고 선형대수부터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