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과정 회고 / 앞으로...

2025. 6. 15. 19:27·아무거나

 점점 글을 적기 귀찮아진다. 그만큼 바쁘다는 뜻이겠다. 7개 학기를 거의 다 보냈고 졸업을 한다. 3년 반동안 뭘 했는지, 이제 뭘 할지 정리하고자 한다.

 

 1학년 때는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사실 대학 입학이라는 게 새로움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게 되고, 교양 수업에서 평생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사람들도 만나보고, 다음 수업 가겠다고 캠퍼스를 가로지르고. 좋았던 시절이라고는 못 하겠다. 이 모든 교양 수업을 내던지고 전공 수업만 듣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인생에 있어 한 번이면 족할 경험이라고 변함 없이 생각한다. 내가 무슨 꼴의 사람인지 알게 해 준 반대 생활의 예시였다.

 그래서 2학년 때엔 훨씬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여러모로 환경이 안정되어서 주도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평소엔 수업을 (안)들으며 동아리 같은 활동을 하다가 시험기간이 되면 죽어라 밤을 새고 공부를 한다' 는 생활의 틀이 잡힌 덕분이다. 동아리나 PS 관련 활동을 열심히 했고, 대회도 나가 봤다. 당분간은 사는 게 편안하겠구나 싶었는데, 학년 다 끝나갈 때쯤 적잖이 큰 일이 터져서 인생 최대의 스트레스를 맛보았다. 만약 학교마저도 귀찮은 일 투성이였으면 휴학이라도 할 뻔 했는데, 기말고사와 작은 대회 본선만 남은 시점이었어서 버틸 수 있었다.

 3학년 때엔 졸업을 위해 수학과 전공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학과 동아리장도 떠맡아서 잠깐 하고. 단순히 바빴던 탓에 이 시절에 대한 회포가 없다. 되돌아 생각하면 이 때에 학부연구생 하고 연구 활동을 시작했으면 좋았겠다 싶은데, 여러 일로 심적 여유가 없었던 게 아쉬운 점이다. ICPC도 나가긴 했는데 이때쯤 PS/알고리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져서 참가에만 의의를 뒀다.

 4학년 1학기가 지금 다 끝나간다. 기말 시험만 앞두고 있다. 이번 학기는 졸업을 위해 12학점(더하기 청강 하나)만 듣고, 학부연구생을 시작했다. 다른 석/박사과정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나 구경도 하고, 실무 프로그래밍도 해보고, 새로운 분야도 접해 보고... 가치 있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자대 수학과 대학원에 응용수학으로 합격해서 다음 학기에 석사과정으로 바뀐다. 6개월쯤 쉬고 들어갈까 생각해 봤는데 그래봐야 놀기만 할 것 같아 말았다. 하다가 괜찮으면 통합으로 전환할까 싶기도 한데 아직 속단할 수는 없어서... 가장 괜찮은 길을 잘 찾아서 선택하고자 한다.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건 드디어 '나는 좋아하는 건 열심히 하니까 연구 일 하면 괜찮겠지'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여기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핑계로 도망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집중해야 할 일에 대해 최대의 몰입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의 문제는 공부 주제와 방식의 변화이다. 이제 순수수학을 더 볼 일은 졸업을 위해 필요한 수학 말고는 없다. 수학 공부를 재밌게 하긴 했지만, 이제 취미의 영역으로 넘겨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 온 수학 베이스를 바탕으로 해서 top-down식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새로 적응하는 게 잘 될까 싶다. 처음 보는 라이브러리 docs 공부하는 것처럼 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좀 현실적인 문제는 돈이다. 돈은 항상 문제다. 예전엔 좀 덜 문제였는데, 이제는 좀 큰 문제가 됐다. 다행히 대학원 신입생 장학금을 받게 됐고, 수업조교도 신청하면 석사 수료할 때까지 등록금은 괜찮을 것 같다. 생활비는 현재로서는 불명확하다. 입학하고 나야 상황이 보일 것 같은데, 월세까지는 어찌저찌 되더라도 집에서 불닭볶음면만 씹어야 하는 건 거의 확정이지 않을까. 대학원생이 다 그런 거 아닌가?

 

 내가 즐겁게 하면 다 괜찮은 거라고 생각한다. 노력에 대해 보상을 받을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건 다 100년 거리 기차를 타고 좌석에 앉아서, 도착할 때까지 뭘 할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친구랑 문자를 해도 되고, 휴대폰 꺼내서 유튜브 영상을 봐도 되고, 교과서 문제를 풀고 있어도 되며, 그냥 창밖을 바라보면서 경치 좋구나 해도 된다. 나는 좌석에 앉은 것에 감사하며 노트북을 꺼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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